살아있는교육 28

가난한 삶에서 피어난 어머니들의 이야기꽃

꽁당 보리밥

무선 | 153×225 mm | 348 쪽 | ISBN 9788984287518

 

이 책은 2007년부터 2010년까지 경남여고 부설 방송통신고등학교 학생들 64명이 쓴 산문을 엮은 것이다. 적게는 삼사십 대에서 많게는 칠십 대까지 여성들이 살아온 세월과 지금의 이야기를 한 자 한 자 정성껏 풀어냈다.

청소년~성인

펴낸날 2012-05-01 | | 구자행 | 글 경남여고 부설 방송통신고등학교 64명 |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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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은 여고생이 되어 피워 낸
우리 어머니들의 이야기꽃

 

 이 책은 2007년부터 2010년까지 경남여고 부설 방송통신고등학교 학생들 64명이 쓴 산문을 엮은 것이다. 적게는 삼사십 대에서 많게는 칠십 대까지 여성들이 살아온 세월과 지금의 이야기를 한 자 한 자 정성껏 풀어냈다.
방송통신고등학교는 형편상 제때 배움을 다하지 못한 분들을 위한 학교다. 이분들은 늦깎이 여고생이 되어서 한 달에 두 번 학교에 나갔고, 보통 고등학생들처럼 여러 과목을 공부하고 시험도 치고 소풍도 갔다. 국어 교사인 엮은이는 이 특별한 학생들한테 국어 문제집을 풀게 하는 대신, 용기를 주며 함께 글쓰기를 해 나갔다. 그리고 귀한 글들을 모아 네 해 동안 해마다 문집으로 엮었다. 그 문집들에서 추린 산문을 《꽁당보리밥》으로, 시를 《찔레꽃》으로 따로 펴냈다.

 

어머니한테 드리는 가장 좋은 선물

 이 책은 어머니들이 지금껏 살면서 겪어온 오만 가지 일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육십여 명이 풀어 놓는 저마다의 삶인데, 이야기들은 서로 놀랍도록 닮아 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읽는 우리한테도 전혀 낯설지 않다. 바로 내 어머니가 겪어온 일들, 띄엄띄엄 들려주었던 가슴속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글쓴이들과 비슷한 세월을 함께 지나온 독자들은 자신들과 닮은 상처를 그대로 드러내면서 치유하는 이 글들에 큰 위로를 받을 것이다. 시커먼 꽁당보리밥이 부끄러워 도시락을 열지 못하고 집에 가면서 먹던 기억, 공납금을 내지 못해서 비가 억수같이 오는 날 스스로 중퇴 서류를 내고 학교를 떠났던 기억, 양잿물을 설탕물로 착각하고 먹으려다 엄마 비명에 떨어뜨리고 서러워 울었던 기억, 동생 하나 업고 하나는 손잡고 엄마 장사하는 곳에 가서 젖 먹이고 오던 기억, 무뚝뚝한 총각이랑 맞선 보고 결혼식 올리기까지의 이야기, 부푼 꿈 안고 서울 올라와 공장에서 ‘시다’로 고생한 이야기, 아무리 불러도 모자란 ‘울 엄마’ 이야기, 상처받고 가출한 자식 찾아다니는 이야기, 일상에서 마주치는 이웃들과 마음을 나누는 이야기 들이 꾸밈없이 펼쳐진다.
만약 글쓴이들처럼 배움에 한이 남은 독자라면, 아이가 가정환경 조사서를 가져왔을 때 학력란에 ‘초졸’이나 ‘중졸’이라고 쓰기가 부끄러워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음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학생들을 보며 용기를 얻을 것이다. 나아가 자신 또한 늦깎이 배움을 시작해야겠다거나 살아온 이야기를 글로 써야겠다는 결심이 서기도 할 것이다.
이삼십 대 젊은 독자들은 자신의 어머니를 모진 세월을 꿋꿋이 이겨내고 그 자리에 선 한 인간으로서 새롭게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읽고 나서 어머니에게 권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을 것이다. 

 

“저도 얼마든지 쓸 수 있겠다 싶습니다”
“저는 글이란 게 억수로 쓰기 에렵은 줄 알았는데 선생님이 읽어 주시는 글을 들어 보이 저도 얼마든지 쓸 수 있겠다 싶습니다.” 손뼉을 쳐 드렸다. 그 말에 덧붙여서 사는 데서 말이 나오고 말에서 글이 나왔다는 이야기랑, 글이란 게 유식한 글쟁이들만이 쓰는 게 아니고 모든 사람의 것이란 말도 조금 했다.
_《꽁당보리밥》 함께 공부한 이야기 ‘이토록 참된 글이 어디서 나왔을까?’에서

 

 

 중고등학교도 못 나왔다는 데 주눅 들어 살아온 분들이 하물며 자신이 글을 쓰고 책을 낼 수 있다고는 꿈에도 생각해본 적 없었을 것이다. 그런 꿈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엮은이는 자기가 한 일은 그저 ‘물꼬를 터준 것뿐’이라고 말한다. 그러자 어머니들은 차마 식구들한테도 말할 수 없었던 가슴속 응어리들을 기다렸다는 듯 풀어 놓았다. 경제 상황과 성별 탓에 사회적 약자로 억눌려 살 수밖에 없었던 어머니들이 이제라도 연필을 잡고 자기 목소리를 내었다는 것은, 자기자신한테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매우 값진 일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힘을 갖는 일이기 때문이다. 서러운 세월 속에서도 정직하게 일해온 우리 어머니들이 가져 마땅한 힘을 늦게나마 돌려주는 것이다.

 

말하듯 자연스럽고 맛이 나는 글
 

 이 두 권의 책은 말을 할 줄 알고 한글을 뗀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만의 글을 쓸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자기 이름을 걸고 거의 처음 쓰는 글일 텐데도 이야기는 물 흐르듯이 흐르며 문장은 맛이 있고 정감이 넘쳐난다.
이분들한테 맞춤법이나 표준어, 문학적 수사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살아온 이야기 그대로를 말하듯이 풀어내는 것이 전부였고 그것으로 충분한 작업이었다. 엮은이는 문집을 내고자 이분들 글을 옮겨 적을 때 뚜렷하게 틀린 글자 말고는 거의 손을 대지 않았고, 출판사에서 이루어진 편집 과정 또한 그 원칙을 따랐다. 그래서 어머니들이 평소에 쓰는 입말과 사투리들이 고스란히 살아 있어 읽는 맛을 더한다. 다만 뜻을 짐작하기 어려운 말들은 주를 달고 맨 끝에 풀어 놓아서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했다. 

 

이분들이 살아온 삶을 누가 알까?
 

 왕, 관리, 장군, 학자처럼 이름난 사람들의 삶은 ‘역사’로 취급되어 후대까지 남겨진다. 하다못해 ‘위인전’으로라도 남아서 자라나는 아이들 머릿속에 둥지를 튼다. 그런데 평민, 그 가운데서도 여자들의 삶을 중요하게 기록한 글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이들의 삶은 숱하게 많은 개개인들의 삶이 끝나는 그 순간, 그대로 사라져버리는 걸까? 그래도 괜찮은 걸까?
《꽁당보리밥》은 그러한 면에서 작은 ‘역사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어머니들이 여기에 풀어낸 이야기들은 20세기 중후반 우리 겨레 여성들의 삶을 응축해 보여준다. 나아가 그것을 남성이나 학자가 아닌 그들 자신의 눈으로, 목소리로 재현해냈다는 점에서 더욱 값진 성과다.


엮은이 구자행

1963년 경상남도 진양에서 태어나 경상대학교 국어교육과를 나왔다. 1985년 국어 교사가 되어 부산에서 고등학교 아이들과 지내고 있다.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서 활동하면서 고등학교 아이들과 삶을 가꾸는 글쓰기를 하고, 그 글을 모아 해마다 문집을 엮어 왔다. 문집으로 <외갓집 가는 마음> <할아버지 담배> <버림받은 성적표> <밥상 앞에서> <꽃잎> <마지막 용돈> <담배 물고 있는 할머니> <내일은 또 어쩌지> <쑥밥> <학교 가는 날> <찔레꽃> <진흙 속 한 줄기 연꽃> <기절했다 깬 것 같다> 들이 있다. 아이들 시를 엮어 펴낸 시집으로 《버림받은 성적표》(보리, 2005)와 《기절했다 깬 것 같다》(휴머니스트, 2012)가 있다.

《꽁당보리밥》 본문 글 맛보기


그렇게 막내 옆에서 자고 일어나 보니 모두 다 나가고 내 옆에는 애숙이와 어젯밤 태어난 막내가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고. 사 년을 등에 업고 다니던 애숙이가 걸어 다닐 만하니까 우리 엄마는 또 동생을 하나 더 보태 주셨다. 엄마는 몸조리도 못 하시고 하루하루 벌어먹고 살기 위하여 장사하러 나가셨다. 내겐 말 한마디 없이.
아이가 울기 시작했다. 배가 고픈가 보다. 업을 포대기가 없어서 엄마 다우다 한복 치마로 만든 깔고 자던 요이불로 아기를 업고 끈으로 묶었다. 미끄러웠지만 할 수 없었다.
(줄임)
어느 날 오후 젖을 먹이고 엄마 옆에 장사하시던 우석이 엄마하고 같이 춘해병원 앞에 횡단보도 신호를 보고 건너서, 다음 횡단보도 앞에서 아줌마가 “아기가 자나? 와 이리 조용하노.” 하시며 들여다보시곤 “니 아 우쨌노?” 하셨다. 깜짝 놀라 오던 길로 되돌아가 보니 춘해병원 앞에 길 가던 두 사람이 수군거리고 있었다. 우리 아기였다. 다우다 이불이 무겁고 미끄러워서 아기가 흘렀는지 몰랐다.
_‘막내 동생’에서


집에 와도 마음이 가시방석이다. 내가 왜 중졸이라고 밝히지 못하고 부끄러운 짓을 했는지 후회는 되지만, 중졸이라고 이야기할 만큼 용기도 없었다. 내일이면 주위 친구들이 모두 수군수군할 것 아닌가. 민웅이 엄마 고등학교 안 나왔는갑더라, 거짓말이더라, 온갖 생각에 그날 저녁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학교 이야기만 나오면 거짓말을 해야 했으니. 당당하지 못한 내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하루는 저녁을 먹으면서 텔레비전을 보는데 인간극장에서 한 시골 할머니가 못 배운 게 한이 된다며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한글을 배우는 모습을 보고, 아! 나는 할머니보다 나이가 어리니 마음만 먹으면 가능하겠구나 생각하고 큰아이한테 말했다.
“엄마, 방통고가 있는데 엄마 생활하는 데 지장 없이 학교에 다닐 수 있어요. 배우는 것은 절대 부끄러운 게 아니에요.”
딸아이가 용기를 주면서 학교에 문의해서 방통고에 입학시켜 주었다.
시작이 반이라 했던가. 내년이면 방통고를 졸업한다. 졸업하는 날 나도 떳떳하고 당당하게 ‘고졸’이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니 너무나 가슴 벅차다.
_‘거짓말’에서


내가 마흔서넛 되었을까. 몸이 아파 수술을 하게 되었다. 엄마 걱정하실까 봐, 아니 연세 드신 엄마가 또 청승스럽게 허리를 구부리고 올까 봐, 엄마에게 연락도 안 했다. 그 나이 많은 양반이 계단을 몇 번씩 쉬면서 올라오실 건데 싶어 싫었다.
형제와 남편에게 신신당부를 하고 입원하고 수술했다. 회복 사흘 정도 되었을까. 저만치 복도 쪽에서 휴우 하고 허리 펴고 숨 고르는 소리가 났다. 간이 철렁 떨어졌다. 직감으로 엄마다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엄마는 병원 방문 앞에서 들어서자말자 나와 눈이 딱 마주쳤다.
엄마는 겁에 질린 목소리로,
“내보고 고함치지 마라. 내보고 뭐라 하지 마라. 난 안 보면 더 죽는다.”
하고 들어오셨다. 굽은 허리엔 배낭이 메어져 있었다. 아이고 하고 내리는데 그 속엔 아직도 따끈따끈한 녹두죽이 들어 있었다.
_‘울 엄마’에서

 

엮은이의 말 |

이분들이 살아온 삶을 누가 알까?


1부 꽁당보리밥

꽃신 서월출 58세 ‥ 15

홀치기 이업선 46세 ‥ 19

꽁당보리밥 장미화 44세 ‥ 21

교육 보험 하봉순 61세 ‥ 23

나룻배 변정시 59세 ‥ 27

나의 통통이 진복희 52세 ‥ 29

나의 신혼 일기 박무순 55세 ‥ 31

중퇴하던 날 이미자 36세 ‥ 33

돼지고기와 간당꼬 박용임 61세 ‥ 35

내 어릴 적에 김영숙 51세 ‥ 37

만화 때문에 김영숙 51세 ‥ 41

꽁보리밥 정경자 47세 ‥ 45

홍시 박영옥 44세 ‥ 47

내 고향 당산(榶山) 강남숙 51세 ‥ 49

막내 동생 김영숙 51세 ‥ 53

함께 살게 된 동기 서영란 38세 ‥ 56

늦둥이 진차이 박덕엽 40세 ‥ 59

손지요 딸이요 박덕엽 40세 ‥ 63

명이 긴 솥과 나 하정애 61세 ‥ 65

양잿물 사건 윤연옥 53세 ‥ 67

흑염소 정영림 35세 ‥ 69

성순아! 니 와 뺀도 안 갖고 갔노 손성순 44세 ‥ 74

무시밥 서계애 55세 ‥ 76

가난 채현자 60세 ‥ 79

동생 김순이 55세 ‥ 81

한국 전쟁 6.25 석청안 65세 ‥ 83

수술 이갑연 55세 ‥ 86

하얀 이밥 한 그릇과 미역국 남순이 50세 ‥ 90

봄날 김상조 54세 ‥ 94

결혼식 날 김상조 54세 ‥ 99


2부 울 엄마

울 엄마 조귀자 48세 ‥ 109

어머니를 그리며 정경난 53세 ‥ 114

엄마가 된 언니 황순심 62세 ‥ 117

우리 엄마 강복진 60세 ‥ 119

이모님 강명연 49세 ‥ 123

작은올케언니 윤향화 48세 ‥ 125

비밀 이업선 46세 ‥ 128

아들아! 강남숙 51세 ‥ 130

둘째 언니 조영애 52세 ‥ 139

아들 조미희 52세 ‥ 142

큰언니 생각 박명희 45세 ‥ 150

마지막 선물 최석자 51세 ‥ 154

시어머님 정삼순 60세 ‥ 157

화투국 신풍식 60세 ‥ 163

아버지와 소 김영숙 53세 ‥ 165


3부 골목길 점포 안동댁

사랑의 기도 유정자 48세 ‥ 169

엄마 같은 할머니를 떠나보내고 변정시 59세 ‥ 174

고물 줍는 할머니 강복진 60세 ‥ 179

바지락 다듬는 아줌마 강명연 49세 ‥ 181

어느 여름날 심경숙 49세 ‥ 183

캄보디아에서 온 고종사촌 동서 박명희 45세 ‥ 186

코리아 드림 박덕엽 40세 ‥ 189

정이 그리운 어르신 박명순 48세 ‥ 194

치매 어르신의 하루 일과 정용선 58세 ‥ 196

골목길 점포 안동댁 박종옥 48세 ‥ 199

희진이네 재만이네 박정순 71세 ‥ 201

재래시장 나의 이웃 이정숙 52세 ‥ 204


4부 추억의 서울 생활

엄마 십 대 때의 직장 생활 박명희 45세 ‥ 209

사회 초년생 정경자 47세 ‥ 215

무식이 사고 쳤네 김점자 52세 ‥ 218

추억의 조선견직 정용선 58세 ‥ 221

나의 직장 그리고 우리 집 권옥숙 56세 ‥ 224

여자 대장 김애선 62세 ‥ 227

나의 일터를 찾아서 정도경 48세 ‥ 234

내 나이는 열일곱 살이 아닌 열아홉 살 정영림 35세 ‥ 237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들 이정희 44세 ‥ 241

추억의 서울 생활 김순이 55세 ‥ 250


5부 늦깎이 여고생

나는 공부가 하고 싶었다 김부희 66세 ‥ 255

할까 말까 일 년이 가고 변정시 59세 ‥ 258

육십에 하는 공부 하봉순 61세 ‥ 261

거짓말 천영애 52세 ‥ 263

어린 시절 상처 최은숙 48세 ‥ 267

두 번 배움을 준 가난 강미숙 43세 ‥ 271

마지막 선생님 김미자 41세 ‥ 274

마디 한 마디 그게 뭣이라고 김명자 48세 ‥ 280

육십 넘어 하는 공부 강명숙 61세 ‥ 287

죽을 수 없는 이유 최맹순 72세 ‥ 290

내 학벌 위장 삼십팔 년 강지은 62세 ‥ 292

고등학교 등록금 최명숙 47세 ‥ 295

내 마음속의 행복 강의숙 50세 ‥ 298

섬마을 정장미 37세 ‥ 300

터널 속 선동심 56세 ‥ 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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