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고전문학선집 25

딸들의 수난 시대, 네 아비가 누구더뇨

심청전, 장화홍련전, 채봉감별곡

양장 | 152×223 mm | 412 쪽 | ISBN 9788984284463

심청이는 한 많고 설움 많은 우리 할머니들의 대표 인물. 채봉이나 장화, 홍련도 마찬가지다. 부모가 비빌 언덕이 되기는커녕 내 목줄을 옭죄는 처지에 백성들 모두가 울었다. 부모에게 버림받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끔찍한 공포다. 옛사람들이 이런 공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겨 냈는지 볼 수 있다.

청소년~어른

펴낸날 2007-06-30 | 1판 | 글 옛사람 | 옮긴이 림호권, 신진순, 최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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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에게 버림받는다는 ‘끔찍한 공포’를
옛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겨냈을까

눈 먼 아비의 눈을 뜨게 하려고 제 몸을 파는 심청이! 심청이는 효녀라기보다 한 많고 설움 많은 우리 할머니들의 대표 인물일 듯싶다. 이리저리 떠돌며 빌어먹느라 느나니 청승뿐인 고생바가지 인생들. 이 책에 함께 실린, 채봉이나 장화 홍련 같은 인물도 마찬가지다. 부모가 비빌 언덕이 되기는커녕 내 목줄을 옭죄는 어처구니없는 처지들. 채봉이 아버지는 평양 양반이라 벼슬 못해 안달이 나더니 마침내 서울 양반에게 벼슬 사러 갔다가 덜컥 제 딸까지 팔고 만다. 장화홍련이 아버지는 딸을 죽이자는 후처의 모의에 동참한다.
이해조가 심청전을 일러 ‘처량 교과서’라 했다지만, 이쯤이면 처량한 게 아니라 참담하다. 왜 이런 끔찍한 이야기가 지난 수백 년 동안 읽히고 또 읽히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을까?
백 성들 삶이 참으로 고단하기 때문이었을까? 옛사람들은 이야기 속 주인공들이 고통과 회한의 눈물을 흘릴 때마다 언제든 같이 울어 줄 준비가 되어 있던 것이다. 사실은 제가 겪는 아픔에 겨워 우는 것이지만 말이다. 부모에게 버림받는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누구에게나 끔찍한 공포이다. 이 책에서 옛사람들이 이러한 공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겨 냈는지 볼 수 있다.

<채봉감별곡> : 제힘으로 사랑을 지켜낸 강인한 여주인공
<채봉감별곡>은 산천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평양을 배경으로 청춘남녀가 시련 끝에 사랑을 이루는 이야기다. 평양 이야기인 데다 북의 작가가 공들여 고쳐 써서 평양의 정취와 표현이 잘 살아 있다.
사 실 이 이야기는 소설의 활자본 출판이 활발하던 시기에 새롭게 등장한 고소설이다. 1910년에 맨 처음 등장해 꽤 널리 사랑받았는데, 사실 1930-40년대까지도 근대 소설보다 춘향전, 심청전, 채봉감별곡 같은 고소설이 대중의 공감을 더 많이 얻었다. 특히나 여주인공 채봉이가 가을밤에 지은 ‘추풍감별곡’이라는 노래도 일제 강점기 때 꽤 인기를 얻었다.
채봉이의 한과 고통도 아버지가 빌미를 만든다. 평양 양반 김 진사가 제 딸의 사윗감을 듣보러 서울 갔다가, 벼슬을 사는데, 낮은 직품 먼저 사고 좀 있다가는 과천 현감까지 산다. 그런데 벼슬 팔던 판서 영감이 은근히 손짓하자 덥석 붙잡아 제 딸을 첩으로 주마 약속을 하고 평양으로 온다. 어서 딸을 서울로 데려가 판서에게 주고 저는 과천 현감을 해야겠다고. 그러나 딸 채봉이는 제 몸을 기생으로 팔아 부모에게 돈을 주면서까지 평양을 떠나지 않는다. 바로 사랑하는 남자 때문이다. 끝내 사랑이 승리하는 것으로, 역사는 젊은 세대의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특히나 당시 서북인들의 소외감과, 벼슬 사고팔기와 같은 부패상을 과감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으며, 채봉이가 그런 시련에도 굽히지 않고 제힘으로 사랑을 지켜내는 것에서 낭만주의의 진보성을 볼 수 있다.

<장화홍련전> : 아버지-딸-계모의 야릇한 드라마
<장화홍련전>은 아버지-딸-계모의 삼각관계가 여인 셋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기괴한 이야기로 옛사람들이 퍽 즐겨 읽었으며, 근대 이후로는 영화의 소재로도 인기가 높다.
이 야기인즉, 후처가 들어와 전실 딸과 남편이 지나치게 애정이 도타운 것을 보고 못 견뎌하다 어느 날, 큰애(장화)가 행실을 그르쳐 애를 낙태하였다는 누명을 씌워 남편의 정신을 쑥 빼놓고는 아이를 내쳐 못에 빠뜨려 죽인다. 내막을 알자 작은딸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 뒤 두 딸의 원혼이 부사에게 탄원하여 계모는 극형에 처해진다.
본디 이런 종류의 설화가 널리 퍼져 있었을 터인데, 1650년대에 전동흘이라는 이가 철산 부사로 일할 때 딱 이 같은 사건을 처리했다는 역사 기록이 있다. 워낙 이 사건이 널리 알려져 이야기로 개작되어 꽤 널리 퍼지니, 전동흘의 8대손이 그 이야기를 한문으로 옮겨 <가재사실록>에 싣기도 했다. 그만큼 널리 공감을 얻었다는 뜻이다. 이 이야기는 한문본, 국한문본, 한글필사본, 한글판각본 등 여러 가지가 전하는데 이본이 모두 삼십 여 종이나 된다. 그런가 하면, 1936년에 처음 영화로 만들어진 뒤, 1956년에도 만들어졌고, 2003년에는 새롭게 재해석한 영화가 만들어졌다.
귀신 이야기, 암투와 살인이라는 드라마 같은 소재에다가, 가족 안의 빗나간 욕망, 부모가 나를 죽이려 한다는 극한의 공포가 예나 지금이나 독자들을 강렬하게 끌어당기는 듯하다.

누가 썼나 : 이름 없는 옛사람들이 쓴 평민 예술
심청가는, 춘향가와 함께 우리 판소리의 대표작이다. 눈물 콧물 흘리다 배꼽 잡고 웃다 하며 온 겨레가 내 일인 양 빠져들었던 이야기들이다.
판 소리가 제 모습을 드러낸 것은 17세기 말부터 18세기 초쯤이며, 직업 예술가인 광대들의 성장과 함께 18세기 중반에는 그 수준이 매우 높아졌다. 판소리는 평민을 기반으로 출발했으나 곧이어 양반과 부호 상인들을 청중으로 보태면서, 평민의 현실주의와 중세적 가치 의식이 섞이며, 서로 다른 말투와 문체가 함께 놓인다. 그렇지만, 판소리의 주제 의식에서, 중세적 관념과 가치는 우스갯거리이며, 평민의 경험에 바탕을 둔 현실주의가 삶의 근본 전망을 이룬다. 평민 예술이다.
오랜 세월에 걸쳐 판소리가 변모하고 성장해 오는 동안 단계마다 여러 차례에 걸쳐 문자로 정착되어 소설화가 이루어졌으며, 소설 유통 과정에서 개작과 윤색도 거듭 보태졌다. 그래서 판소리계 소설들은 이본이 몹시 많으며, ‘심청전’의 이본도 150종을 헤아린다.
우리는 이 이야기를 언제 어느 때 누가 썼는지, 모르지 않는다. 3백 년쯤 전부터 우리 땅 우리 조상님네들이 이 사람 저 사람 한마디씩 보태고 고치고 하며 다 함께 써 왔다. 앞으로도 우리 겨레는 이 이야기를 계속 보태고 고쳐 갈 것이다. 판소리 소설은 아니나 <장화홍련전>도 조선 후기에 처음 쓰여져 이본이 수십 종이나 되는 인기 소설이었다. <채봉감별곡>은 조금 달라 소설의 활자본 출판이 활발하던 1910년에 새롭게 등장한 고소설인데, 누가 썼는지 밝혀 놓지 않았다. 작가 이름이 밝혀 있지 않은, ‘익명성’이 고전 소설의 특징이다.
심청전
어허둥둥 내 딸이야
여보 마누라, 어찌 그리 무정하오
더듬더듬 젖동냥을 다니누나
제가 밥을 빌어 오리다
공양미 삼백 섬에 눈을 뜬다면
쌀 삼백 섬에 나를 사 주오
심청이 한 많은 길 떠나간다
애달픈 꽃 한 송이 바다 위에 지누나
임당수에 떠오른 연꽃 한 송이
심 봉사 뺑덕 어미와 살림하는 재미에 빠져
맹인 잔치 가는 길 멀고도 멀다
눈을 뜨니 해와 달이 반가워라

채봉감별곡
김 진사 딸 채봉이의 유다른 인연
달빛 아래 인연 맺은 군자와 숙녀
중매 할멈 왔는가
사윗감 듣본다더니 벼슬부터 얻은 김 진사
서울에서 얻은 사위
평양 살림 몽땅 팔고 서울 가자
불길 속에 사라진 채봉
“기생이 될망정 재상 첩은 싫소.”
기생 송이가 되어 다시 만난 님
이 감사 집에 들어간 채봉
가을밤에 추풍감별곡을 짓누나
채봉과 필성이 맺어지는구려

장화홍련전
아름다운 꽃 두 송이, 장화와 홍련
흉녀 허 씨의 계교
애매한 죽음을 하늘이 밝혀 주소서
언니 따라 나도 가오
사또 앞의 원혼
배 좌수 내외를 잡아들이라
사지가 끊어진 흉녀
장화와 홍련이 다시 태어나니

원문
심청전
채봉감별곡
장화홍련전

세 소설에 관하여 - 문예출판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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