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고전문학선집 8

땅 위의 자유인, 매월당 김시습의 시와 소설

금오신화에 쓰노라

양장 | 145×215 mm | 623 쪽 | ISBN 9788984282209

세상과 타협하지 않았던, 불우해서 더 자유로웠던 천재 문인 김시습의 작품집. 시 160여 편, 정론 9편과 함께 우리 나라 최초의 소설인‘금오신화’를 담았다. 권력과 타협하지 않는 강직함과 달밤이면 눈물 흘리는 여린 모습을 함께 지녔던 김시습의 참모습을 풍성하게 만날 수 있다.

청소년~어른

펴낸날 2005-09-30 | 1판 | 글 김시습 | 옮긴이 김주철, 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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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등지고 평생을 방랑한 방외인(方外人), 김시습

김시습은 다섯 살에 시를 지어 천재라는 소리를 들었고, 세종에게 장차 크게 쓰겠다는 약속을 받을 만큼 뛰어난 재능을 타고난 이였다. 관리가 되어 조정에서 그 재능을 펼치려는 뜻을 가지고 스물한 살이 될 때까지 과거 공부에 정진했다. 그러나 이 시기 수양대군이 조카 단종을 밀어 내고 왕위를 차지하게 된다.
김시습은 새로운 조정에서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없다고 생각하고는 읽던 책을 불사르고 팔도를 유람하기 시작했다. 평안도로, 강원도로, 전라도로, 경상도로 온 나라 구석구석을 방랑했고, 그러면서 쓴 시들을 모아 《관서 땅을 떠돌면서[宕遊關西錄]》, 《관동 땅을 떠돌면서[宕遊關東錄]》, 《호남 땅을 떠돌면서[宕遊湖南錄]》, 《금오 땅을 떠돌면서[宕遊金鼇錄]》 들을 엮었다.
김시습이 우리 나라 구석구석을 방랑하면서 쓴 글은 조선 초기 백성들의 현실에 튼튼히 발을 붙이고 있다. 또한 15세기 후반 당시의 조선 사회를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더구나 우리 나라 풍습은 노비들의 힘만 믿고 살기 때문에 게으름뱅이와 한량패가 많으며 미신과 불교를 믿는 까닭에 남의 덕에 사는 자들이 적지 않다.…- ‘도연명의 ‘권농’에 화운하여’에서)
또 한 김시습은 ‘방외인(方外人)’이라는 별칭이 늘 붙어다닌다. 지배 체제 안에서 주어진 위치를 받아들이지 않고 반발하며 다른 이념을 가진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관인 문학과 사림문학의 경계 밖에 있는 방외인 문학의 계보는 정희량, 이달, 임제, 어무적 들로 이어졌다.

한 권으로 만나는 김시습 문학의 참모습

김시습은 시를 짓는 데서 큰 보람을 찾았다. 시 ‘심심풀이[敍悶]’에서 “마음과 하는 일 너무 어그러져 시 아니고는 풀 길 없어라.”고 한 것처럼 자신의 모든 고민과 울분을 시로 토해냈다.
김 시습은 평생 동안 수만 여 편의 시를 썼고 소설도 여러 편 썼다고 전해지지만 대부분의 작품은 스스로 없애 버렸다. 《매월당집》에는 김시습이 평생 동안 끊임없이 썼던 시 가운데 2,200여 편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 이 책 《금오신화에 쓰노라》는 《매월당집》과 《금오신화》 가운데서 김시습의 문학을 대표할 만한 시 160여 편, 소설 다섯 편, 정론 아홉 편, 서한문 세 편을 골라 실었다. 여기에 골라 실은 시들은 김시습이 평생 동안 몰두했던 다양한 문제 의식들을 온전히 드러내고 있다.
․ 양반들의 횡포로 비참하게 살아가는 농민들의 모습을 그린 시들
‘산골 집을 지나며[遊山家]’, ‘어허 애달파[嗚呼歌]’, ‘산골 농민의 고생[咏山家苦]’, ‘가물의 한탄 [憫旱]’, ‘농민들이 토란국을 끓이다[野人烹岷芋 有感]’, ‘어부[漁父]’, ‘누에 치는 아낙네[蠶婦]’등
․ 지배 계급을 비판하고 야유를 보내는 시들
‘그놈이 그놈이다[莫匪]’, ‘딱따구리[啄木]’, ‘울분에 겨워서[擬離騷]’, ‘여우[墉狐]’, ‘쥐를 재 판하노라[鞫鼠]’ 등
․ 아름다운 우리 강산을 노래하고 우리 역사를 읊은 시들
‘부벽루浮碧樓’, ‘상원폭포上院瀑布’, ‘단군묘檀君廟’ 등
․ 세상을 등지고 살아가는 자신의 마음을 토로한 시들
‘느낀 대로[書感]’, ‘방랑하는 삶[放曠狂疎]’, ‘나의 초상[自寫眞贊]’ 등

김 시습은 또 산속에 묻혀 지내면서도 정치 일선에 나아가 일하고 싶은 마음을 끝끝내 버리지 못했고, 자신의 정치사상을 담은 글도 여러 편 썼다. (‘먼저 백성을 사랑하라[愛民義]’, ‘어진 군주를 기다리며[人君義]’, ‘옛 정치를 본받으라[爲治必法三代論]’ 등)


우리 나라 최초의 소설, 금오신화

김 시습은 《금오신화》의 지은이로 잘 알려져 있다. 《금오신화》에 실려 있는 ‘만복사의 윷놀이[萬福寺樗蒲記]’, ‘이생과 최랑[李生窺墻傳]’, ‘부벽정의 달맞이[醉遊浮碧亭記]’, ‘꿈에 본 남염부주[南炎浮洲志]’, ‘용궁의 상량 잔치[龍宮赴宴錄]’ 다섯 편은 우리 나라 최초의 소설이다. ‘만복사저포기’와 ‘이생규장전’은 고등 학교 교과서에도 실려 있을 만큼 우리에게 친숙한 작품이다.
김시습은 우리 나라 곳곳을 방랑하다가 금오산(오늘날의 경주 남산) 허름한 초막에 자리를 잡고 그곳에서 금오신화를 썼다. 이 다섯 편의 이야기에는 사랑을 실현하고,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금오신화에 공통으로 흐르는 주제는 ‘어려운 현실과 운명에 맞서는 인간의 의지’이다.
우리 겨레의 말결을 살려 낸 뛰어난 번역

보 리 <겨레고전문학선집>은 말의 오염이 시작되기 전 우리 글맛, 말맛이 잘 살아 있다. 겨레고전문학선집 여덟 번째 책인 《금오신화에 쓰노라》도 김시습의 한문 문장을 읽기 편안한 입말로 쉽게 풀어 놓았다. 꽤 까다로운 글로 알려진 금오신화지만 때로는 과감하게 때로는 섬세하게 우리 말로 옮겨, 읽는 데 힘이 들지 않는다.
남에서는 잘 쓰지 않는 표현이지만 북에서는 흔히 쓰는 입말과 방언을 그대로 살려 두었기에,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 말이 잘 차려진 풍성한 잔치상을 만나는 느낌을 갖게 된다.

(판가리, 추기다. 도래 납작, 돌박리, 추세다, 옹마르다, 닫드리다, 두둥글다, 들레다, 배좁다, 날비, 널 구름, 너죽나죽, 날치다, 오활하다, 앉을깨, 더펄새, 머흘레라, 쏠라락거리다, 재불재불, 짝궁궁)
관서 땅을 떠돌면서
관동 땅을 떠돌면서
호남 땅을 떠돌면서
금오 땅을 떠돌면서
다시 관동에서
명주에서 읊노라
온 세상이 물 끓듯 하네
깊은 산이 내 집이라
역사는 말하거늘
매화 그림자 달빛 아래 춤추네
금오신화
백성보다 더 귀한 것은 없나니

부록
김시습 연보
김시습 작품에 대하여 - 김주철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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